[OK 사람들] 시련을 피할 수 없다면 그냥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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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사람들] 시련을 피할 수 없다면 그냥 즐기세요
신종민 씨(39)는 고2 겨울, 심각한 신경증상이 나타났다. 삼만 명 당 한 명 걸린다는 희귀병인 윌슨병이었다.
그는 윌슨병으로 학업도 불가능해 고등학교까지 중퇴했지만, 윌슨병 환우들의 응원과 격려로 서른 살이 다 된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 검정고시에 합격하였다. 이듬해 대학교도 입학해 졸업까지 한 그는 다른 환우들에게도 도움이 되고자 9년째 윌슨병 환우들의 상담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
그는 아주 밝게 “누구에게나 시련은 올 수 있어요. 피할 수 없고, 걱정한다고 좋아지지 않는다면 그냥 그 시련을 즐기세요”라고 말한다.
신종민 씨는 1999년 고1겨울 방학 때부터 몸에 조금씩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침이 흐르고 발음도 부정확해지고 손가락에는 힘이 없어져 지우개도 겨우 집어 올리는 심각한 신경증상이 나타났다. 경남 거창에 살던 그는 부모님과 함께 거창의 모든 병원을 다니며 신경증상의 원인을 찾았으나 알 수 없었다. 2000년 겨울, 그들은 서울대 병원까지 갔으나 불행하게도 케네디증후군이라는 오진을 받았다.
고3 1학기에 학교도 중퇴하고 어머니와 서울로 올라온 그는 신경증상에 효험이 있다는 곳은 모두 찾아다녔으나 잘못된 진단과 치료로 오히려 몸은 더 악화되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입은 다물어지지 않아 침은 계속 흘렀다. 눈은 한번 감기면 뜰 수가 없어 손으로 눈꺼풀을 밀어 올려야 겨우 뜰 수 있었다. 그는 균형을 못 잡아 계속 넘어졌으며 식사부터 세수, 양치, 대소변까지 아무것도 혼자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다행히도 2001년 12월, 서울대 병원 전범석 교수로부터 ‘윌슨병’이라는 정확한 진단을 받게 되었다.
신 씨는 "윌슨병은 상염색체 열성 유전질환으로, 간에서 구리 운반 단백질을 충분히 생성하지 못해 구리 대사에 이상이 생겨 주로 간이나 뇌에 구리가 침착되고, 그 침착된 구리의 독성이 주변의 세포를 파괴하여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이에요.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기도 하지요”라고 설명한다.
신 씨는 이어 "구리가 체내에 쌓일 때 보통 간에 먼저 쌓이고 다음에 뇌에 쌓여요. 그래서 대부분 조기 발견하는 사람들은 혈액검사에서 간수치가 높아 그 원인을 찾다가 발견을 하게 되어요. 조기발견해 꾸준히 약물치료를 하면 정상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어요. 저의 경우는 간에는 구리가 거의 안 쌓이고 뇌에만 집중적으로 쌓여 간수치가 정상이어서 윌슨병을 의심하지 못해 발견이 늦어진 거예요 “라고 덧붙인다.
신종민 씨는 윌슨병 환우와 보호자들이 같이 만든 윌슨사랑회(https://cafe.daum.net/WilsonLove)에 2008년에 가입을 한 후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약물로만 치료하던 그는 2011년 언어치료의 정보도 얻게 되어 치료를 시작했다. 언어치료로 자신감을 갖게 된 그는 2012년 검정고시에 도전하여 합격했고, 2013년 대학에도 입학하여 졸업까지 하였다.
그동안의 치료 경험과 지식이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신종민 씨는 2013년 3월부터 9년째 윌슨사랑회의 상담부장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그도 중증장애자로 힘든 몸이지만, 그처럼 호전될 기회를 놓쳐 심각한 장애가 남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다. 윌슨사랑회의 전체 회원 수는 8월 현재 1500여 명이며 실제 환우 수는 약 700~800명 정도라고 한다.
“의사도 아니고 윌슨병에 대한 지식도 부족한 제가 다른 사람을 상담하는 일이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전에 상담 역할 하시던 환우 형에게 지금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든든한 멘토이시지요.”라고 신종민 씨는 말하며 “신경 증상은 대부분 눈에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환우들은 자신감의 상실이 커요. 제가 10년 전 쓴 수기를 보여주며 용기를 줍니다. 윌슨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저를 보고 위안받고 희망을 가졌으면 합니다”라고 한다.
언어치료로 많이 좋아진 그이지만 치료시기가 늦은 탓에 발음이 잘 안 되어 의사소통이 가장 어렵다. 중증 언어장애자인 그는 꼭 해야 할 말은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서 보여 준다. 그와 같이 심한 신경증상까지 온 경우는 재활치료를 실시하여 주변의 뇌세포가 죽은 뇌세포의 일까지 하게 해 주어야 하는데 조울증 등과 같은 정신과적 이상을 보일 수도 있다고 한다.
2021년 4월 19일 인스타에 게시한 오스테오스펄멈, 신종민 씨가 좋아하는 꽃 중의 하나라고 한다. [재배포 및 db 금지]
신 씨가 현재 하고 있는 치료는 약물치료, 보톡스 (눈이 감기면 잘 안 떠지는 증상을 완화시킨다고 한다) 언어치료, 3가지로 연평균 250~300만 원 정도 비용이 든다고 한다. 다행히 약제와 검사는 산정특례적용이 되어서 5%만 지불하면 된다.
2017년 초, 고관절 재수술을 했던 그는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2011년 고관절 치환수술을 했어요. 그런데, 2016년 말에 윌슨병 신경 증상으로 균형을 못 잡아서 심하게 넘어졌어요. 그때 치환수술한 고관절 뼈 조각이 깨져 나와서 재수술을 해야 했어요. 의사 선생님이 한 번 더 같은 상황이 오면 영영 못 걸을 수도 있다고 했어요.”라고 회상한다.
신 씨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핸드폰으로 사진 찍을 때가 가장 즐겁다고 한다. 그는 “사진 찍을 때 눈이 감기면 손으로 눈꺼풀을 밀어 올려 떠야 하는데 손이 말을 안 듣는 저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특히 부모님이나 가족들일 때 제 마음도 아픕니다.”라고 한다. 그는 주로 꽃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jongminee)에도 올리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그저 감사하고 즐겁다는 신 씨는 “제가 윌슨병 환우가 아니라면 절대 만나지 못했을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제가 가장 힘들 때 제일 가까이서 같이 견뎌 주신 저희 엄마에게도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엄마, 사랑합니다! 아빠도요!”라고 힘주어 말한다.
출처 : 오케이뉴스 (OKnews)(http://www.ok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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